경계가 병목입니다


AX가 어렵다고 하면 보통 기술을 탓합니다. 좋은 모델이, 좋은 도구가 없어서라고요. 그런데 제가 보기엔 진짜 병목은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습니다. 사람과 사람 사이에 그어진 경계요.

AX가 잘 되려면 어떤 업무는 개선되는 게 아니라 통째로 사라져야 합니다. 그런데 그 일을 쥐고 있는 사람에게는 자기 일을 지킬 이유가 있습니다. 자기 역할과 책임의 범위가 곧 자리의 근거니까요. 그래서 사람이 많은 큰 조직일수록, 지켜야 할 경계도 많아집니다. 한때 조직을 강하게 만들던 명확한 분업이, 변화 앞에서는 가장 단단한 저항선이 되곤 합니다.

작은 조직이나 경계 없이 일하는 팀은 지킬 선이 적습니다. 빨라서라기보다, 잃을 게 적어서 변화가 통과되는 쪽에 가깝습니다.

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게 있습니다. 이런 변화를 가장 잘 만드는 사람은 코드를 조금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아니라, 그 문제를 오래 붙들고 깊게 고민해 온 사람이더라고요. 도구는 이제 누구나 손에 쥘 수 있으니, 남는 차이는 결국 문제를 얼마나 정확히 아느냐인 것 같습니다. 어설픈 기술보다 진짜 이해가 앞서는 시대가 온 게 아닐까 싶습니다.

지켜야 할 경계가 적고, 문제를 깊이 아는 사람. 어쩌면 지금 가장 유리한 자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