알맹이라는 핑계
어떤 강의를 듣고 실망한 적이 있다. 이름값에 비해 알맹이가 없었다. 저 사람은 셀프 브랜딩만 잘하는구나, 하고 좀 시큰둥해졌다.
그런데 이 생각은 이상하게 달다. 손쉬운 위로처럼 보이지만, 다독이는 척하면서 나를 슬그머니 더 낮은 자리에 앉힌다. 그 구도 안에서 조용히 있는 나는 자동으로 진짜 실력자 쪽에 선다.
가만 보면 좀 수상하다. 그 사람은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, 듣고 싶은 형태로 건넨다. 나는 그걸 못 해서 안 하는 건데, 못 하는 걸 안 하는 게 아니라 더 고상한 일처럼 여기고 있었다.
능력이 보상으로 바뀌는 길목엔 늘 전달이 있다. 상대가 원하는 걸 알아채고, 원하는 모양으로 주는 일. 그게 포장이라면 포장도 실력이다. 어쩌면 알맹이보다 어려운.
내가 그동안 알맹이라고 부른 건, 혹시 아무도 원하지 않는 걸 혼자 끌어안고 있었던 건 아닐까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