큰 파도는 안 떠밀려 온다
점심을 먹다 동료가 그랬다. 요즘 변화가 너무 빠르다고. 1년쯤 휴직했던 사람이 돌아오면 얼마나 놀랄까, 하는 이야기였다.
나도 맞장구를 쳤다. 특히 올해 2월부터는 체감이 확 달라졌으니까.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좀 머쓱해졌다. 내가 느끼는 변화라는 게, 바다에 둥둥 떠서 잔물결에 오르락내리락하는 정도 아닐까 싶어서.
사람들은 흔히 변화를 파도에 비유한다. 그 비유를 빌리자면, AI로 일이 편해지는 건 잔물결 쪽인 것 같다. 가만히 떠 있어도 몸이 알아서 오르내린다. 굳이 헤엄치지 않아도 된다. 편하고, 그래서 기분도 좋다. 매일의 변화는 대체로 이렇게 수동적으로도 누릴 수 있다.
문제는 그 편한 부유감에 익숙해지면, 바다 전체가 그렇게 움직인다고 착각하게 된다는 거다.
같은 비유를 좀 더 밀고 가본다. 정작 올라탈 만한 큰 파도는 떠 있는 자리로 와주지 않는다. 그건 한참 바깥에서 만들어진다. 올라타려는 사람은 미리 그쪽으로 헤엄쳐 나가 있어야 하고, 파도가 차오르는 순간 같이 속도를 내야 겨우 얹힌다. 가만히 떠 있던 사람 위로는 그냥 부서지며 지나가 버린다.
매일의 잔물결은 그냥 즐기면 된다. 다만 그 편안함에 길든 채로, 정작 올라타야 할 바깥의 파도를 멍하니 흘려보내고 있는 건 아닌지. 점심 이후로 그게 계속 마음에 걸린다.